총 4장의 카드가 테이블에 올려졌다. 나는 어젯밤 그가 하던 대로 나에게 밀어진 뱅커 카드를 1장씩 열어 보았다. 내 카드는 7점이었다. 플레이어는 어쩐 일인지 세 번째 카드를 받더니, 이내 ‘BANKERS WINS’라는 버튼을 뒤집었다. 그리고 내 칩 옆으로 3,000달러의 칩을 배당해주었다.
나의 첫 번째 승리였다.
곧이어 아주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그저 몇 개의 칩을 뱅커 혹은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진행시킨 게임들이 연달아 나의 승리로 돌아왔다. 윤석은 신기해했다. 그것이 도박을 처음 접한 사람의 수덕 手德 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그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았다.
나는 그 테이블에서 정확히 18번을 연속해서 이겼다. 3,000달 러씩 베팅하다가, 운이 좋은 것 같아서 금액을 더 올렸다. 덕분에 윤석은 바로 본전을 찾았다. 나는 그저 테이블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칩만 올려놓았을 뿐이었다. 카드는 아무렇게나 뒤집어도 높은 숫자가 나왔다. 나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고, 나를 치켜세워주어서 신이 났다.
나는 윤석에게 그 칩을 그대로 건네주었고, 그는 나에게 샤넬 가방을 선물했다.
그렇게 우리는 첫 여행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맛보았다.
- 프롤로그
나는 곧장 혼자 방으로 돌아와 이불속에 몸을 꽁꽁 싸맨 채 울었다. 왜 눈물이 났을까. 1억이라는 큰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서일까.
1억.
1억….
그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1억이면 무너질 거야.
만약,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아까 윤석은 미친 사람의 표정이었어.
두 번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거야.
이불을 말고 우는 내 모습이 몹시 처량했다.
내가 우는 동안 그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와 이별을 하면서
내게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진짜 게임, 나만의 게임도 함께 시작되었다.
- 1장. 마카오에 빠지다
온라인 카지노의 특성상 접근성이 좋아 제대로 중독돼버린 나는 어느새 술과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게임을 한다.
게임에서 진다.
술을 마신다.
계속 마신다.
뻗어서 잘 때까지 마신다.
금, 토, 일 사흘 만에 24병의 소주를 비워내기도 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대부분 배달 앱으로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월요일 초저녁쯤 깨어 술병을 세어보니 그 정도가 됐더라.
나는 온라인 카지노 생활도 힘들었지만, 술과의 전쟁도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술을 마시지 않으면 더 고통스러웠다.
잔고가 바닥을 치면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막벳 (마지막 베팅)에서 플레이어가 아니라 뱅커를 갔어야 했다. 화가 나고 분통이 터졌다.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복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무조건 나는 복구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띠링. ‘바카라 게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장의 카드로 진행되는 뱅커와 플레이어 간의 심리 게임.
“나는 마카오가 좋았다. 화려한 도시가 마음에 들었고,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음식, 눈부신 야경 그리고 자주 먹었던 값비싼 코스요리, 구석구석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열리던 작은 콘서트, 온갖 기계에서 나오는 기괴하지만 신나는 음악들. 그리고 낯선 이방인. 그리고 나는 바카라가 좋았다.” (P.15)
주인공인 은지는 남자친구와의 첫 여행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맛보았다. 그렇게 그녀는 바카라의 세계에 너무도 쉽게 빠져들었다. 그녀는 소위 ‘돈이 붙는 여자’였다. 승리는 항상 그녀의 편이었고, 그렇게 그녀는 바카라의 너무도 쉽게 바카라에 중독되었다.
“게임을 한다. 게임에서 진다. 술을 마신다. 계속 마신다. 뻗어서 잘 때까지 마신다. (P.47) 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조금씩 술과 도박에 지쳐갔다. 지치지만 나에게 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술과 도박을 제외한 모든 것, 특히 사람은 웬만하면 끊어냈다. (P.48)
《이 죽일 놈의 바카라》는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바카라의 세계를 생생하고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카라의 규칙을 몰라도 괜찮다. 마치 게임 속으로 들어간 듯 책을 읽는 내내 현실감과 속도감으로 흥미진진한 바카라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도박을 권장하는 소설이 아니다. 도박은 흔히 ‘빠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저자는 이 도박이라는 것이 한번 시작하게 되면, 욕심이라는 본능이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고 삶을 추락시키는지 가장 분명하고도 빠르게 볼 수 있기에 도박에 빠지는 과정부터 빠져나오는 과정까지 모두를 담아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간과 욕망의 대결,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소설, 《이 죽일 놈의 바카라》
이 책은 작가의 첫 자전 소설이다. 저자는 바카라로 20대와 30대의 절반을 보냈고, 도박의 승리와 그렇게 얻어진 돈의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쉽게 얻어진 쾌락과 희열은 그만큼의 고통도 함께 얻어지는 법.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고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사람이 되는 순간, 그 순간에서 멈추지 못하고 결국, 절망의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저자는 현재 단도박 중이다. 저자는 더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짐의 의미로 ‘릴게임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글은 삽시간에 커뮤니티의 베스트 게시글로 추천받으며 책으로 꼭 출간되어 많은 예비 도박러(?)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수십 개의 댓글이 쇄도했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이 비단 도박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며 빠지게 되는 수많은 유혹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플레이어와 뱅커가 순서대로 패를 1장씩 받는다. 그렇게 받은 2장의 카드 숫자를 합했을 때 높은 쪽이 이기는 간단한 게임인 바카라는 간단한 규칙으로 많은 사람을 쉽게 매료시킨다. 하지만, 이는 마약과도 같아서 한번 빠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바카라 게임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울고 웃는다.
주인공 은지는 남자친구 윤석과의 마카오 여행에서 처음으로 바카라를 마주하게 된다. 동전 던지기와도 같은 간단하고 너무도 쉬운 룰에 그녀는 쉽게 빠져들었고, 첫 게임에서 큰 승리를 맛보았다. 화려한 도시와 짜릿한 승리. 그곳에서의 쾌감은 그녀를 바카라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평범하게 살던 그녀의 삶은 이 2장의 카드로 인하여 순식간에 뒤바뀌게 되는데….
1.5평 정켓에서 벌어지는 바카라의 세계
바카라의 세계는 이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돈과 인간의 관계가 엮인 곳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1.5평 남짓의 정켓에서 벌어지는 뱅커와 플레이어, 돈과 사람 간의 심리 게임이다.
작가는 바카라에서 벌어지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마치 바카라 게임장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속도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또한, 플레이어와 뱅커 둘을 놓고 벌어지는 그들의 심리 묘사 또한 놓칠 수 없는 묘미다.
《이 죽일 놈의 바카라》는 단순히 도박에 관한 이야기 만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빠지게 되는 온갖 유혹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가 되고, 책을 덮고 나면 어느 순간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남아 있는 무언가가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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